인도네시아의 제2의 도시이자 ‘영웅의 도시’라 불리는 수라바야를 여행하다 보면, 고풍스러운 유럽풍 건축물 앞에서 발길을 멈추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수라바야의 랜드마크인 ‘하우스 오브 삼푸르나(House of Sampoerna)’입니다. 이곳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코끝을 자극하는 독특하고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향기로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과연 이곳은 과거의 역사를 기록한 박물관일까요, 아니면 쉼 없이 돌아가는 담배 공장일까요? 인도네시아의 경제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하우스 오브 삼푸르나의 매력을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의 유산, 건축미가 살아있는 역사적 배경
하우스 오브 삼푸르나가 위치한 건물은 그 자체로 이미 거대한 유물입니다. 1862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본래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고아원으로 사용되던 곳이었습니다. 네덜란드 특유의 건축 양식인 ‘더치 콜로니얼’ 스타일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정문의 웅장한 기둥과 높은 천장은 마치 유럽의 어느 대저택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건물이 담배의 역사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32년입니다. 인도네시아 최대의 담배 기업 중 하나인 ‘삼푸르나’의 창업주 리엠 셍 티(Liem Seeng Tee)가 이 건물을 매입하면서부터입니다. 그는 이곳을 자신의 주거 공간이자 담배 생산의 본거지로 삼았습니다. 오늘날 이곳은 삼푸르나 가문의 헌신과 성장을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박물관 앞마당에는 창업주가 사용했던 고전적인 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건물 외벽의 세세한 조각과 보존 상태는 건축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도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수라바야 북부의 역사 지구에 자리 잡고 있어 주변의 다른 식민지 시대 건물들과 함께 도보 여행 코스로 구성하기에도 매우 적합합니다.
박물관과 공장의 기묘한 공존, 오감을 자극하는 내부 전시
하우스 오브 삼푸르나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의 기록을 전시하는 ‘박물관’인 동시에, 지금 이 순간에도 제품이 생산되는 ‘실제 공장’이라는 점입니다. 1층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강렬한 정향(Clove)의 향기가 온몸을 감쌉니다. 인도네시아 특유의 담배인 ‘크레텍(Kretek)’은 담뱃잎에 정향을 섞어 만드는데, 태울 때 ‘따닥따닥’ 소리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1층에는 삼푸르나 가문의 유품과 초기 담배 제조 기구,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희귀한 성냥갑과 담배 패키지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정향과 담뱃잎을 직접 만져보고 향을 맡아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은 인도네시아 담배 산업의 근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창업주가 초기 사업을 시작할 때 사용했던 낡은 자전거와 이동식 가판대는 이곳의 소박한 시작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2층으로 올라갔을 때 마주하게 됩니다. 2층 관람석의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수백 명의 숙련된 여성 노동자들이 일렬로 앉아 담배를 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기계의 도움 없이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Dji Sam Soe’ 브랜드의 담배를 생산합니다. 한 명의 작업자가 한 시간 동안 수천 개를 말아내는 속도는 가히 예술의 경지에 가깝습니다. 정교하고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경이로움마저 느껴집니다. 다만, 공장 가동은 주로 오전에 이루어지며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작업 광경을 보기 어려울 수 있으니 방문 시간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붉은색 트램을 타고 떠나는 시간 여행, 수라바야 헤리티지 트랙
하우스 오브 삼푸르나를 방문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바로 ‘수라바야 헤리티지 트랙(Surabaya Heritage Track)’ 때문입니다. 박물관 측에서 운영하는 이 서비스는 빨간색 트램 모양의 전용 버스를 타고 수라바야 시내의 역사적인 명소들을 무료로 둘러볼 수 있는 시티 투어 프로그램입니다.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여 수라바야의 역사와 각 명소에 얽힌 이야기를 상세히 들려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돌아다닐 때 놓치기 쉬운 깊이 있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투어 코스는 정기적으로 변경되기도 하지만, 주로 시청사나 옛 네덜란드 행정 건물 등 수라바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소들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이 투어는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무료로 운영되는 만큼 좌석이 한정되어 있어 사전에 박물관 내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예약하거나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미리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버스 자체가 매우 클래식하게 디자인되어 있어, 버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수라바야 여행의 특별한 추억이 됩니다.
여행자를 위한 실질적인 이용 팁과 편의시설
하우스 오브 삼푸르나는 방문객들에게 매우 관대한 곳입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입장료가 무료라는 사실입니다. 기업의 역사를 홍보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려는 취지 덕분에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습니다.
방문 시 참고할 몇 가지 구체적인 팁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상세 내용 | 비고 |
|---|---|---|
| 입장료 | 무료 |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 가능 |
| 사진 촬영 | 1층 전시관 가능, 2층 공장 금지 | 공장 작업장 촬영은 엄격히 제한됨 |
| 운영 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변동 가능) | 공장 가동은 오전 방문 권장 |
| 편의 시설 | 삼푸르나 카페, 기념품 샵 |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특징 |
박물관 옆에 위치한 ‘삼푸르나 카페(Sampoerna Cafe)’는 놓쳐서는 안 될 명소입니다. 높은 층고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고풍스러운 목재 가구로 꾸며진 이곳은 수라바야에서 가장 분위기 있는 카페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부터 서양식 요리까지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며, 박물관 관람 후 정향 향기를 음미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기념품 샵에서는 이곳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소품들과 정향을 활용한 제품들을 판매합니다. 지인들에게 줄 특별한 선물을 찾고 있다면 이곳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은 복장과 에티켓입니다. 이곳은 실제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장이 포함된 공간이므로 지나치게 소란을 피우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또한 2층 공장 내부 촬영은 보안 및 저작권 문제로 엄격히 금지되는 경우가 많으니 직원의 안내를 잘 따라야 합니다. 수라바야의 뜨거운 열기를 잠시 식히고, 향기로운 담배 향 속에서 인도네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