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여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끝없이 펼쳐진 보랏빛 라벤더 밭, 그리고 그 사이를 천천히 가로지르는 클래식한 외관의 열차일 것입니다. 홋카이도 여행의 상징과도 같았던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富良野・美瑛ノロッコ号)’가 오랜 세월의 흔적을 뒤로하고 운행 종료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이 열차를 타고 즐기는 풍경은 이제 머지않아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오늘은 2026년 전면적인 차량 교체가 이루어지기 전, 반드시 경험해 보아야 할 노롯코호의 매력과 탑승 팁,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들을 상세히 정리해 드립니다.
노롯코호의 매력: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의 미학
‘노롯코’라는 이름에는 이 열차가 추구하는 여행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일본어로 ‘느릿느릿’을 뜻하는 ‘노로노로(のろのろ)’와 화물 열차의 평면차를 뜻하는 ‘토롯코(トロッコ)’를 합친 이름처럼, 이 열차는 일반 열차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운행하며 승객들에게 풍경을 감상할 충분한 시간을 선물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구간에서는 시속 약 30km 정도로 서행하는데, 이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꽃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담기에 충분한 속도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오직 홋카이도의 자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슬로 트래블(Slow Travel)’의 정수를 보여주는 셈입니다.
열차의 외관 또한 특별합니다. 짙은 초록색과 갈색이 어우러진 복고풍 디자인은 푸른 들판과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내부에는 딱딱하지만 정겨운 나무 벤치 좌석이 설치되어 있어, 근대 열차 여행의 낭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창문이 없는 오픈형 전망 객차는 노롯코호의 백미로, 시원한 여름 바람과 함께 라벤더 향기를 직접 맡으며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입니다.
아쉬운 작별과 새로운 시작: 2026년 운행 종료 배경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노롯코호가 은퇴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차량의 노후화입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510계 객차와 DE15형 디젤 기관차는 1980년대부터 운행을 시작한 노후 차량으로, 수리를 위한 부품 수급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전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 JR 홋카이도는 고심 끝에 차량 교체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롯코호를 대신할 새로운 관광 열차인 ‘스타 트레인(가칭: RED STAR & BLUE STAR)’이 2026년 봄부터 새롭게 도입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아날로그한 감성과 오픈형 객차를 즐길 수 있는 기회는 2026년 전면 교체 전까지가 마지막입니다.
많은 여행객이 사랑했던 그 특유의 엔진 소리와 나무 좌석의 질감, 그리고 탁 트인 창밖 풍경을 경험하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홋카이도행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마지막 운행이 가까워질수록 예약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미리 정보를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롯코호 탑승을 위한 핵심 코스와 명당 정차역
노롯코호는 아사히카와역 또는 비에이역에서 출발하여 후라노역까지 이어지는 JR 후라노선을 달립니다. 이 구간은 홋카이도에서도 경관이 빼어나기로 유명한 곳들로 가득합니다.
| 주요 정차역 | 특징 및 관광 포인트 |
|---|---|
| 비에이역 | 패치워크의 길, 파노라마 로드 여행의 시작점. 역 주변의 석조 건물들이 아름답습니다. |
| 비바우시역 | 조용하고 평화로운 전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근처에 비바우시 초등학교 등 명소가 있습니다. |
| 가미후라노역 | 대설산(다이세츠산) 연봉의 웅장한 모습을 한눈에 조망하기 좋은 구간입니다. |
| 라벤더바타케역 | 여름 시즌 한정 임시역. 팜 도미타와 도보 7분 거리로, 가장 인기가 높은 역입니다. |
| 후라노역 | 노선의 종착지로, 후라노 시내 관광 및 다양한 맛집 탐방이 가능합니다. |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역시 ‘라벤더바타케역(라벤더 꽃밭 역)’입니다. 오직 여름 관광 시즌에만 임시로 운영되는 이 역은 홋카이도 라벤더의 성지인 ‘팜 도미타’와 매우 가깝습니다. 대형 투어 버스를 이용하면 주차난과 교통 체증에 시달리기 일쑤지만, 노롯코호를 이용하면 꽃밭 바로 앞에서 내려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완벽한 여행을 위한 예약 방법 및 좌석 선택 팁
노롯코호는 인기가 매우 높은 열차인 만큼, 이용 전략이 필요합니다. 열차는 지정석(1호차)과 자유석으로 나뉘어 운영됩니다.
- 지정석 예약의 중요성: 주말이나 라벤더가 절정에 이르는 7월 중하순에는 자유석이 매우 붐비어 서서 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쾌적한 여행을 원한다면 탑승 한 달 전부터 열리는 JR 홋카이도 예약 사이트나 현지 역 창구에서 지정석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 명당 좌석은 어디?: 후라노 방향으로 향할 때 기준으로 진행 방향 왼쪽 좌석을 추천합니다. 이쪽 좌석에 앉아야 팜 도미타의 화려한 꽃밭과 저 멀리 보이는 다이세츠산 연봉의 파노라마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탑승 증명서 챙기기: 노롯코호 탑승객에게는 해당 시즌 한정 디자인으로 제작된 ‘탑승 증명서’가 무료로 배부됩니다. 이는 노롯코호 여행의 소중한 기념품이 되니 잊지 말고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 연계 패스 활용: ‘홋카이도 레일 패스’나 ‘삿포로-후라노/비에이 에리어 패스’를 소지하고 있다면 별도의 승차권 구입 없이 이용 가능하며, 지정석 이용 시에는 소정의 추가금을 내거나 패스 혜택에 따라 무료로 예약할 수 있습니다.
홋카이도의 바람을 느끼는 마지막 기회
노롯코호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은 단순히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과정이 아닙니다. 열차의 덜컹거리는 진동,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 그리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원색의 꽃밭은 오직 이 열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오감 만족의 경험입니다.
2026년 새로운 열차가 도입되면 더 편리하고 쾌적한 여행이 가능해지겠지만, 투박하면서도 따뜻했던 노롯코호만의 아날로그 감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언젠가 가보겠지”라며 미뤄두었던 홋카이도 기차 여행이 있다면, 노롯코호의 은퇴가 오기 전 올해 혹은 내년 여름을 놓치지 마세요.
초록색 열차가 보랏빛 꽃밭 사이를 지날 때 들려오는 경적 소리는 여러분의 인생 여행 페이지에 가장 아름다운 한 장면으로 남을 것입니다. 지금 바로 노롯코호와 함께하는 느린 여행을 준비해 보세요.